영화 『아쿠아맨(Aquaman)』의 미학과 서사 분석

카테고리 없음

영화 『아쿠아맨(Aquaman)』의 미학과 서사 분석

hopestorytelling 2025. 10. 10. 21:51
반응형

 

 

신화와 블록버스터의 교차점: 영화 『아쿠아맨(Aquaman)』의 미학과 서사 분

1. 서론: 수중 영웅의 탄생과 DC 확장 유니버스의 실험

2018년 개봉한 아쿠아맨(Aquaman)은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여섯 번째 작품이자, 기존의 어두운 색채와는 상반된 시각적 실험과 문화적 확장을 보여준 작품이다. 제임스 완 감독은 기존 콘저링 시리즈로 대표되는 호러 장르의 장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아쿠아맨을 통해 장르의 경계를 넘으며 블록버스터 슈퍼히어로 영화에 새로운 감각을 부여했다. 본 글에서는 이 영화가 지닌 서사 구조, 미장센, 신화적 기호 체계, 그리고 블록버스터 산업 내에서의 전략적 위치를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아쿠아맨 사진

2. 서사 구조와 신화적 도상학

아쿠아맨의 중심 서사은 전형적인 영웅 서사의 구조를 따른다.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에 부합하는 요소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주인공 아서 커리(Arthur Curry)는 인간과 아틀란티스인의 혼혈로서 두 세계의 경계에 존재하며, 운명적 소명을 받아들여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시련(Trial)을 겪고, 멘토(메라)의 도움을 받아, 궁극적 무기(트라이던트)를 획득함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확립한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헐리우드 클리셰를 넘어서 고대 신화의 구조를 재해석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특히 바다라는 공간은 무의식, 원초성, 혹은 존재론적 뿌리를 상징하는데, 아서는 이 ‘심연’을 통과함으로써 인간성과 초인성의 중재자가 된다. 이는 곧 포스트모던 시대의 영웅상이 단일한 권력자가 아니라, 경계를 매개하는 혼성적 존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요약: 아서 커리의 여정은 고전적 신화 구조를 차용하면서도, 혼종적 정체성을 통해 현대적 재해석을 제시한다.

3. 미장센과 시각적 스펙터클의 전략

아쿠아맨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본질적 특성인 ‘스펙터클(spectacle)’에 충실하다. 제임스 완은 이 시각적 전략을 단순한 CGI의 나열로 끝내지 않고, 유기적인 미장센 구성과 색채 미학으로 설계한다. 영화 전반에서 활용되는 해양 생물, 아틀란티스 왕국의 건축 양식, 전투 장면에서의 카메라 워크는 1980~90년대 SF 비주얼과 동시대 테크놀로지의 융합을 시도한다.

아틀란티스의 디자인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도상과 미래 도시의 초현대적 이미지를 혼성적으로 구성하여 동서양의 시각 문법이 융합된 형태로 제시된다. 이는 단순히 ‘이국적 공간’이 아닌, 글로벌화된 시청각 감각에 호소하는 전략이다.

또한 수중에서의 액션 연출은 ‘중력의 해체’를 가능케 하며, 물리적 현실을 초월한 미장센의 환상성을 강조한다. 이 점에서 아쿠아맨은 디지털 시네마의 진보된 물리 구현 능력을 활용한 전형적인 21세기형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다.

아쿠아맨 사진

4. 정체성과 혼종성: 포스트모던 히어로의 양상

아서 커리는 ‘혼혈(hybrid)’이라는 정체성을 가진다. 그는 지상(인간)과 해저(아틀란티스)의 경계에 놓인 인물로, 단일한 정체성을 부정한다. 이는 21세기 글로벌 사회에서 점차 중심화되는 다문화성(multiculturalism)과 정체성의 유동성(fluidity)을 반영한다.

더불어 아쿠아맨이 보여주는 영웅성은 전통적인 마초적 영웅상과는 다르다. 제이슨 모모아의 캐스팅은 이와 관련하여 전략적이다. 그는 하와이안·사모아계 혼혈로서 서구 백인 중심의 전형적 슈퍼히어로 외모에서 벗어난다. 이는 기존 DC 히어로들의 ‘신성과 절대성’ 이미지(예: 슈퍼맨, 배트맨)를 인간적인 층위로 낮추며,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과의 정서적 접속을 시도한다.

메라(엠버 허드 분)는 단순한 여성 조력자 역할을 넘어, 전략가이자 행동가로서의 주체성을 가진다. 그녀는 서사 내에서 결정적인 전환점들을 주도하며, 단지 주인공의 러브 인터레스트로 소비되지 않는다. 이는 헐리우드 여성 캐릭터의 소비 방식에 대한 반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쿠아맨 사진

5. 산업적 맥락: DC의 전략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재편

아쿠아맨은 DCEU 내에서 이례적으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1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은 ‘슈퍼히어로 피로감(superhero fatigue)’이 논의되던 시점에서 이례적 성과로 평가된다. 이는 DC가 보여준 기존의 어둡고 무거운 색조를 탈피하고, 밝고 경쾌한 톤을 실험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이 작품은 중국·동남아시아 등 비서구 시장을 강력하게 겨냥한 콘텐츠 기획으로도 평가된다. 해양 공간이라는 무국적 설정, 아시아적 요소가 혼합된 아틀란티스 미학, 모모아의 탈서구적 이미지 등은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의도를 반영한다. 이는 블록버스터가 세계 시장의 다층적 문화 코드에 적응하려는 산업적 진화의 한 단면이다.

6. 결론: 『아쿠아맨』의 미학적 가능성과 한계

아쿠아맨은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를 넘어서, 동시대 시네마의 미적·문화적 경향을 압축한 혼종적 텍스트다. 신화적 구조를 빌리되 현대적 정체성 문제를 녹여내고,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을 따르되 미장센을 통해 고유한 시각적 문법을 창조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여전히 전형적 서사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여성 캐릭터의 서사적 자율성 역시 완전히 확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아쿠아맨은 DC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는 점에서, 향후 슈퍼히어로 장르의 미적·문화적 재편에 중요한 전조 역할을 한다. 이는 단일한 영웅의 신화를 소비하지 않는 시대의 관객들에게, 복합적 정체성과 유동적 서사를 지닌 새로운 영웅을 제시하려는 하나의 실험이었다.

반응형